암호화폐 투자하는데, 하루아침에 자산이 반 토막 난 경험 있으신가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의 엄청난 변동성 때문에 마음고생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살얼음판 같은 시장에서 내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줄 피난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로 이 고민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닙니다. 어떤 스테이블코인은 신뢰를 잃고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걸까요? 특히 탈중앙화 금융(DeFi)의 핵심으로 불리는 DAI는 어떻게 중앙 기관 없이 1달러의 가치를 꿋꿋하게 지켜낼 수 있는 걸까요? 그 비밀을 파헤쳐 드립니다.
스테이블코인과 DAI의 핵심 원리 요약
-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암호화폐, 실물 자산 등을 담보로 삼거나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자산(주로 미국 달러)과 1:1 가치를 유지하는 암호화폐입니다.
- DAI는 다른 암호화폐(이더리움 등)를 ‘과담보’로 맡기고 발행되는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중앙 기관의 개입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작동합니다.
- DAI는 과담보 원칙, 메이커다오(MakerDAO)의 탈중앙화 거버넌스, 그리고 안정화 수수료(Stability Fee) 조절이라는 3가지 핵심 원리를 통해 1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변동성 시대의 안전자산, 스테이블코인 종류 파헤치기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안정적인(Stable)’ 가치를 지닌 ‘코인(Coin)’으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일상적인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사용되기 어렵게 만듭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안전자산 역할을 하며, 디파이(DeFi) 서비스의 기반이 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 즉 페깅(Pegging) 메커니즘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발행사가 은행 계좌에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를 1:1 비율로 예치하고 그만큼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합니다.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고 싶을 때, 발행사는 예치된 준비금에서 해당 금액을 내어줍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테더(USDT), USD코인(USDC), 페이팔 USD(PYUSD) 등이 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실제 자산을 담보로 하기에 가치 안정성이 비교적 높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발행사를 신뢰해야만 하는 중앙화된 구조이며, 준비금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행사들은 정기적으로 외부 회계 법인의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입증하려 노력합니다.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가 아닌 이더리움(Ethereum)과 같은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담보로 사용되는 암호화폐 자체의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발행하려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보다 더 많은 양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는 ‘과담보(Over-collateralization)’ 방식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100달러 가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150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이더리움을 담보로 제공해야 합니다. 이 방식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다이(DAI)입니다.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화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 탈중앙화라는 암호화폐의 철학을 잘 구현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담보 자산의 가격이 급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부족해져 스테이블코인의 페깅이 깨질 위험(디페깅)이 존재합니다.
상품 담보 스테이블코인
금, 원유,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원자재)을 담보로 발행됩니다. 예를 들어, 1개의 토큰이 실제 금 1온스의 가치와 연동되는 식입니다. 팍소스골드(PAXG)가 대표적인 금 담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이 방식은 실물 자산이라는 안정적인 가치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담보로 잡힌 실물 자산을 보관하고 감사하는 과정에서 중앙화된 주체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물리적인 담보 없이, 알고리즘을 통해 코인의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입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이 방식은 완전한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지만, 시장의 급격한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드러났습니다. 과거 테라(Terra) 블록체인의 UST와 루나(LUNA)가 바로 이 알고리즘 실패로 인해 하루아침에 가치가 폭락하며 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종류 | 담보물 | 작동 원리 | 대표적인 예시 | 장점 |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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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화폐 담보 | 달러, 유로 등 법정화폐 | 발행사가 준비금을 1:1 비율로 예치 | USDT (테더), USDC (USD코인), PYUSD (페이팔 USD) | 직관적이고 안정성이 높음 | 중앙화, 발행사의 신뢰도 및 투명성 문제 |
암호화폐 담보 |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 과담보 방식으로 변동성에 대비 | DAI (다이) | 탈중앙화, 투명성 (온체인 확인 가능) | 담보 자산의 가격 급락 시 디페깅 위험 |
상품 담보 | 금, 원유 등 실물 자산 | 실물 자산을 담보로 가치 연동 | PAXG (팍소스골드) | 실물 자산 기반의 가치 안정성 | 담보 보관 및 감사에 따른 중앙화 문제 |
알고리즘 | 없음 (혹은 자체 토큰) | 알고리즘으로 공급량 조절 | (과거) UST (테라USD) | 높은 자본 효율성, 완전한 탈중앙화 가능 | 시장 충격에 취약, 알고리즘 실패 시 붕괴 위험 |
DAI는 어떻게 1달러를 유지할까? 핵심 원리 3가지
수많은 스테이블코인 종류 중에서도 DAI는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중앙화된 발행사 없이 어떻게 1달러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메이커다오(MakerDAO) 프로토콜의 정교한 설계에 있습니다. DAI의 가치 안정성 메커니즘은 크게 세 가지 핵심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철저한 과담보(Over-collateralization) 원칙
DAI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담보가 필요합니다. 사용자는 이더리움(ETH)이나 다른 암호화폐 자산을 메이커다오의 스마트 컨트랙트인 ‘볼트(Vault)’에 예치해야 합니다. 이때 핵심은 ‘과담보’입니다. 즉, 빌리려는 DAI의 가치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담보 비율이 150%라면, 100 DAI(100달러 가치)를 빌리기 위해 최소 150달러 가치의 이더리움을 예치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담보로 맡긴 이더리움의 가치가 하락하여 정해진 담보 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청산(Liquidation)’ 절차를 진행합니다. 담보물이 시장에서 강제로 판매되어 빌려 갔던 DAI와 벌금(청산 페널티)을 갚는 데 사용됩니다. 이 과담보와 자동 청산 메커니즘은 DAI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담보가 항상 충분히 유지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둘째, 탈중앙화 자율 조직 메이커다오(MakerDAO)의 거버넌스
DAI 시스템은 특정 회사나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메이커다오’라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에 의해 관리됩니다. 메이커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인 MKR을 보유한 사람들은 누구나 시스템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투표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MKR 보유자들은 담보로 인정할 암호화폐의 종류, 각 담보의 최저 담보 비율, 그리고 아래에서 설명할 ‘안정화 수수료’ 등 시스템의 핵심적인 ‘리스크 매개변수’를 결정합니다. 이 집단적 의사결정 시스템은 시장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DAI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중앙화된 주체의 독단적인 결정을 방지하고, 검열 저항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셋째,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안정화 수수료(Stability Fee)
DAI의 가격이 목표 가격인 1달러에서 벗어날 때, 이를 다시 1달러로 되돌리기 위한 독특한 정책 도구가 바로 ‘안정화 수수료’입니다. 안정화 수수료는 DAI를 빌릴 때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과 같습니다.
- DAI 가격이 1달러보다 높을 때 (수요 > 공급)
이는 시장에서 DAI를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메이커다오 거버넌스는 안정화 수수료를 낮춥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담보를 맡기고 DAI를 빌리려 할 것이고, 이는 시장에 DAI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다시 1달러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 DAI 가격이 1달러보다 낮을 때 (공급 > 수요)
시장에 DAI가 너무 많이 풀려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때는 안정화 수수료를 높입니다. 이자율이 비싸지면 기존에 DAI를 빌렸던 사람들이 서둘러 빚을 갚으려 할 것이고, 신규 대출은 줄어들게 됩니다. 갚은 DAI는 소각되므로 시장의 DAI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다시 1달러로 오르게 됩니다.
이처럼 안정화 수수료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처럼 DAI의 공급을 조절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집니다. 이 세 가지 핵심 원리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DAI가 중앙 기관의 개입 없이도 1달러라는 가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