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투명하게 만들어 창문에도 적용하는 기술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전기 요금, 혹시 부담스럽지 않으신가요? 만약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건물 창문이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낸다면 어떨까요?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붕 위 거대한 패널만이 태양광 발전의 전부가 아닌 시대, 투명한 창문이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핵심 요약

  •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를 뛰어넘는 높은 광전 변환 효율과 저렴한 생산 비용을 자랑하는 차세대 태양전지입니다.
  • 반투명하게 제작할 수 있어 건물 창문이나 차량 선루프 등 다양한 곳에 적용 가능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기술의 핵심입니다.
  • 아직 상용화를 위해 안정성, 내구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성공 시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어갈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습니다.

실리콘을 넘어서는 차세대 주자, 페로브스카이트

지난 수십 년간 태양광 시장은 실리콘 태양전지가 주도해왔습니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잠재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란 무엇일까

페로브스카이트는 ABX3라는 독특한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을 말합니다. 여기서 A와 B는 양이온, X는 할로겐화물과 같은 음이온입니다. 이 특별한 구조 덕분에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흡수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빛을 받으면 광흡수층에서 전자와 정공이 생성되고, 이들이 각각 전자 전달층과 정공 전달층으로 이동하며 전류를 만들어내는 원리입니다. 유기물과 무기물을 혼합하여 만들 수 있어 소재의 특성을 조절하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의 차이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왜 ‘차세대’로 불리는지 실리콘 태양전지와 비교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구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실리콘 태양전지
광전 변환 효율 실리콘과 비슷하거나 능가하는 수준 (이론 효율 44% 이상) 최고 효율 약 26% 수준
제조 공정 저온에서 용액을 코팅하는 방식(용액 공정)으로 저비용 생산 가능 1,000℃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요해 에너지 소모가 크고 복잡함
형태 가볍고 유연하며, 반투명하게 제작 가능 무겁고 단단하며, 불투명함
응용 분야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웨어러블 기기, 차량 선루프 등 주로 옥상이나 발전소 부지에 설치

특히 ‘쇼클리-콰이저 한계(Shockley-Queisser limit)’라 불리는 이론적 효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도 주목받습니다.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쌓아 올린 ‘탠덤 태양전지’는 단파장과 장파장의 빛을 모두 효과적으로 흡수해 효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창문이 전기를 만드는 시대의 개막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투명성’입니다. 빛을 일부 투과시키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던 공간을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습니다.

어떻게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까

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핵심은 기존의 불투명한 금속 전극을 빛이 통과할 수 있는 투명 전극으로 대체하는 데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막의 두께와 소재를 정밀하게 제어하여 투과도를 조절합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질소를 도핑한 산화주석(N-doped SnO2-x)과 같은 새로운 투명 전극 신소재를 개발하여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의 무한한 가능성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은 태양전지를 건물의 외장재로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BIPV 기술에 최적화된 소재로,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건물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게 만듭니다. 유리창뿐만 아니라 외벽, 발코니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에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사물 인터넷(IoT) 센서나 웨어러블 기기의 전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상용화를 향한 마지막 관문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우리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안정성, 내구성, 그리고 수명

가장 큰 약점은 수분, 산소, 열, 빛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이 저하되는 열화 현상이 발생하여 안정성과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자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봉지 기술(캡슐화)이 발전하고, 표면 결함을 줄이는 패시베이션 처리 기술, 고온·고습 환경을 견디는 소재 개발 등을 통해 수명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납(Pb) 문제와 친환경 소재

초기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에는 미량의 납(Pb)이 포함되어 있어 환경 문제와 독성 물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납이 없는(Pb-free) 친환경 소재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석(Sn) 등을 활용한 연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면적화와 저비용 생산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험실 수준의 작은 셀(Cell)이 아닌, 넓은 면적의 모듈(Module)에서도 높은 효율을 유지해야 합니다. 신문처럼 돌돌 말아 찍어내는 롤투롤(Roll-to-roll) 공정이나 잉크젯 프린팅 같은 저비용 대량생산 기술이 상용화의 핵심 열쇠입니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은 유니테스트와 함께 200㎠ 이상 대면적 셀에서 세계 최고 효율을 경신하며 대면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국내외 연구개발 동향과 주목할 기업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는 한국이 세계 기술 경쟁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석상일, 성균관대의 박남규 교수와 같은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 효율 기록을 여러 차례 경신하며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최고 효율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러 기업들이 상용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한화솔루션 (한화큐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시범 라인을 구축하고 상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 유니테스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대면적 셀에서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 신성이엔지: 국책 과제를 통해 실리콘 태양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를 결합한 탠덤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주성엔지니어링 & 필옵틱스: 탠덤 셀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SDN, 솔루엠, 대유플러스 등 많은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의 잠재력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독일, 영국,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기술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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