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에 쓸 돈이 정해져 있는데, 갑자기 돈을 더 쓴다는 소식이 들리면 궁금증이 생기지 않으셨나요? ‘추경’이라는 단어는 뉴스에서 자주 접하지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왜 추경이 우리 생활 물가를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지 속 시원하게 알려드립니다. 마치 계획에 없던 지출이 생겨 비상금을 꺼내 쓰는 우리네 모습과 비슷해 보이지만, 나라 살림은 그 규모와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경안 핵심 요약
- 추경안이란 ‘추가경정예산안’의 줄임말로, 연초에 확정된 본예산 외에 예상치 못한 이유로 돈이 더 필요할 때 정부가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안을 의미합니다.
- 국가재정법에 따라 전쟁, 대규모 재난, 경기 침체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편성할 수 있습니다.
- 추경 재원은 주로 남은 세금(세계잉여금)이나 국채 발행(나라 빚)으로 마련하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풀려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국가채무를 늘려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추경안,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추경’은 ‘추가경정예산’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예산을 추가하고 수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매년 국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해에 쓸 돈의 계획, 즉 ‘본예산’을 확정합니다. 하지만 한 해 나라 살림을 꾸리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해 복구 비용이 필요하거나,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이 시급해지는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이럴 때 본예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정부가 국회에 “이러이러한 이유로 돈이 더 필요하니 예산을 늘려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 바로 추가경정예산안, 즉 추경안입니다.
본예산, 수정예산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추경안을 이해하기 위해 비슷한 용어인 본예산, 수정예산과의 차이를 알면 좋습니다. 이들의 관계를 표로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류 | 편성 시점 | 주요 특징 |
---|---|---|
본예산 | 회계연도 개시 전 | 한 해의 나라 살림을 위한 기본 예산 |
수정예산 | 본예산안 국회 제출 후, 의결 전 | 국회 심의 중에 정부가 예산안 내용을 수정하는 것 |
추가경정예산 (추경) | 본예산 국회 의결 후, 집행 중 | 예산 집행 중 발생한 예측 못한 사유로 예산을 추가·변경하는 것 |
추경안은 아무 때나 편성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추경 편성은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국가재정법 제89조에 그 요건이 엄격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무분별한 예산 팽창을 막고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추경안 편성의 법적 요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추경 편성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 발생: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 발생하여 복구가 시급한 경우입니다.
-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의 중대한 변화, 혹은 중요한 경제협력상의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편성할 수 있습니다.
- 법령상 지출 의무 발생: 법에 따라 국가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늘어난 경우입니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면, 정부는 당정협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추경안을 마련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국회에 제출합니다. 국회에서는 기획재정부의 보고를 받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하여 추경을 확정합니다.
추경안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3가지 이유
추경은 경기 침체를 막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항상 따라다닙니다. 특히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1.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요
추경의 가장 일반적인 재원 마련 방법은 국채 발행, 즉 정부가 빚을 내는 것입니다.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된 자금은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 등의 형태로 시중에 풀리게 됩니다. 이렇게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면 가계와 기업의 소비 및 투자 여력이 커져 총수요가 증가합니다. 문제는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물건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돈의 가치가 떨어져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내수 활성화와 소비 진작이라는 긍정적 효과 이면에 숨어있는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정부 지출 증가가 기대 심리를 자극해요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통해 돈을 푼다는 신호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면, 그 예상에 맞춰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 상품 가격을 올릴 수 있고, 근로자는 물가 상승에 대비해 더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 심리가 실제로 물가 상승을 현실화시키는 자기실현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3.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
추경 편성을 위해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져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재정 여력은 아직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를 경우,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재정적자가 심화되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추경 편성은 경기 부양 효과와 재정 건전성 유지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추경을 둘러싼 치열한 정치적 쟁점
추경안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치열한 정치적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민생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며 추경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반면, 야당은 재정 건전성 악화와 포퓰리즘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감액 심사를 벼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의 팽팽한 대립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나타나며, 때로는 추경의 규모와 내용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추경안의 국회 의결 과정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경제 문제와 이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