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아빠들의 드림카’로 불렸지만 이제는 신차로 만나볼 수 없는 차, 바로 현대자동차의 베라크루즈입니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강력한 힘으로 패밀리카의 정석으로 불렸지만,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사라졌죠. 아직도 많은 분들이 베라크루즈를 그리워하며 중고차 시장을 기웃거리곤 합니다. 도대체 베라크루즈는 어떤 매력이 있었길래, 그리고 왜 아쉽게 단종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요?
베라크루즈, 알아두면 쓸데있는 핵심 3줄 요약
- V6 3.0 디젤 S엔진이 선사하는 부드럽고 강력한 주행 성능은 베라크루즈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 싼타페 롱바디 모델인 맥스크루즈의 등장과 경쟁 차종인 모하비와의 애매한 포지션이 단종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 연비와 자동차세 등 유지비 부담, 그리고 세월에 따른 고질병은 중고차 구매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LUV, 베라크루즈 제원
베라크루즈는 2006년, 현대자동차가 ‘럭셔리 유틸리티 차량(LUV)’이라는 컨셉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준대형 SUV입니다. 당시 SUV들이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하던 것과 달리,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을 전면에 내세웠죠. 이는 프레임 바디가 아닌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V6 3000cc S엔진과 아이신 6단 미션의 조합은 지금까지도 많은 오너들이 그리워하는 부분입니다.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 질감은 당시 국산 SUV 중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구분 | 주요 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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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 4,840mm |
전폭 | 1,970mm |
전고 | 1,805mm |
휠베이스(축거) | 2,805mm |
공차중량 | 2,030 ~ 2,115kg |
엔진 (디젤) | V6 3.0 e-VGT (S엔진) |
배기량 (디젤) | 2,959cc |
엔진 (가솔린) | V6 3.8 DOHC |
배기량 (가솔린) | 3,778cc |
넓은 실내 공간, 패밀리카의 정석
베라크루즈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넓은 실내 공간입니다. 7인승 구조로 2열과 3열 공간이 넉넉해 패밀리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특히 3열을 접었을 때 나오는 광활한 트렁크 용량은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JBL 사운드 시스템이나 스마트키, 통풍 시트 등의 옵션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어 상품성 또한 뛰어났습니다.
아쉬움 속에 역사 속으로, 단종 이유 3가지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베라크루즈는 2015년, 출시 10년 만에 단종이라는 아쉬운 결말을 맞이합니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팀킬? 애매해진 포지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집안싸움’이었습니다. 현대차가 싼타페의 롱바디 모델인 ‘맥스크루즈’를 출시하면서 베라크루즈의 입지가 애매해졌습니다. 7인승 SUV라는 점에서 시장이 겹쳤고, 신차인 맥스크루즈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개선된 편의사양으로 무장하면서 판매량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현대차는 판매량이 저조한 베라크루즈를 단종하고 맥스크루즈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됩니다.
시대의 흐름, 연비와 환경규제
강력한 6기통 3000cc 디젤 엔진은 베라크루즈의 상징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는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리터당 10km 내외의 공인 연비는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점점 강화되는 배기가스 환경규제(유로6)에 대응하기 위해선 상당한 개발 비용이 필요했는데,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결국 현대차는 유로6 대응을 포기하고 단종을 결정하게 됩니다.
영원한 라이벌, 모하비와의 경쟁
기아의 모하비는 베라크루즈와 항상 비교되던 경쟁 차종이었습니다. 같은 V6 3.0 디젤 엔진을 공유했지만, 베라크루즈가 도심형 SUV를 지향한 반면 모하비는 프레임 바디를 기반으로 한 정통 SUV의 성격을 띠었습니다. 이런 명확한 정체성 덕분에 모하비는 꾸준한 마니아층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두 차량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결국 베라크루즈는 단종되었지만 모하비는 현재까지도 생산되며 엇갈린 운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고차 베라크루즈, 구매해도 괜찮을까?
신차로는 만날 수 없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베라크루즈를 찾는 수요가 꾸준합니다. 특히 동급의 다른 SUV에 비해 저렴한 중고 시세를 형성하고 있어 ‘가성비’ 좋은 패밀리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매 전 체크는 필수, 고질병과 문제점
하지만 연식이 있는 중고차인 만큼 구매 전 꼼꼼한 확인은 필수입니다. 베라크루즈의 대표적인 고질병으로는 파워 스티어링 고압 호스 누유, 오일 쿨러 및 연료 고압펌프 누유 등이 꼽힙니다. 또한 DPF(매연저감장치) 관련 문제나 인젝터, 흡기 클리닝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밸브의 고장도 종종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타이밍벨트 같은 소모품의 교체 이력을 확인하고, 수리비와 부품 수급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이유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베라크루즈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V6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정숙성, 그리고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승차감은 지금의 신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넓은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은 가족 단위 사용자에게 큰 만족감을 줄 것입니다. 4WD(4륜 구동) 모델의 경우, 험로 주행이나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줍니다. 꼼꼼하게 관리된 차량을 고른다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도 높은 준대형 SUV의 오너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