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막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고 하면 만만치 않은 초기 비용에 망설여지시나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높은 가격표 앞에서 ‘그림의 떡’처럼 느껴졌다면, 이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마치 신문을 인쇄하듯 저렴하게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죠. 상상만 하던 미래 기술이 어떻게 현실이 되고 있는지, 그 비밀을 파헤쳐 드립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비용 절감의 핵심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비싸고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저렴한 원료와 간단한 공정으로 제작할 수 있어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 잉크를 바르듯 손쉽게 넓은 면적에 칠할 수 있는 ‘용액 공정’을 기반으로 하여 대면적 생산에 유리합니다.
- 신문을 찍어내는 ‘롤투롤’ 방식이나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제조 비용을 더욱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제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4가지 기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렴한 제조 비용입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고순도의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기 위해 고온, 고진공의 복잡한 공정이 필요해 생산 단가가 높았습니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기물, 무기물, 할로겐화물을 원료로 사용하며, 특정 결정 구조(ABX3)를 용액 상태에서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제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1. 잉크처럼 찍어내는 ‘용액 공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비용 절감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용액 공정(Solution Process)’입니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원료 물질을 용매에 녹여 잉크처럼 만든 뒤, 기판 위에 얇게 코팅하여 태양전지의 광흡수층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스핀 코팅이나 슬롯다이 코팅 같은 기법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박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고온의 열처리와 복잡한 장비가 필요한 실리콘 태양전지 공정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고 설비 투자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구실 수준을 넘어 상용화를 위한 대면적 코팅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2. 신문처럼 대량 생산 ‘롤투롤 (Roll-to-Roll) 공정’
롤투롤 공정은 용액 공정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대량 생산 기술입니다. 유연한 필름(PET 등) 기판이 롤러 사이를 지나가면서 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이 연속적으로 인쇄되고 건조되는 방식입니다. 마치 신문이나 잡지를 인쇄하는 것과 유사하여, 빠르고 저렴하게 대면적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롤투롤 공정을 이용해 너비 30cm, 길이 100m의 유연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제작하는 파일럿 규모의 공정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기술은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이나 웨어러블 기기, 차량 선루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유연한 태양전지 상용화의 핵심 열쇠로 꼽힙니다.
3. 에너지 비용 절감의 핵심 ‘저온 공정’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1,000℃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수적이지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150℃ 이하의 ‘저온 공정’으로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이는 태양전지 제조 과정에서 소비되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절감하여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또한 저온 공정은 플라스틱 필름처럼 열에 약한 유연 기판에도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고온 열처리 없이도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저온 공정 기술을 개발하여 유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4. 재료 낭비 없는 ‘잉크젯 프린팅’
잉크젯 프린팅 기술은 용액 공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기술입니다. 컴퓨터로 정밀하게 제어되는 프린터 헤드가 필요한 위치에만 페로브스카이트 잉크를 정확하게 분사하여 패턴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기존 코팅 방식에서 발생하던 재료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원료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큽니다. 또한, 복잡한 패턴을 쉽게 구현할 수 있어 셀과 모듈 설계의 자유도를 높여줍니다. 최근 독일의 연구팀은 잉크젯 공정을 통해 18%가 넘는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으며, 한국화학연구원 역시 관련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하며 대량생산의 길을 열고 있습니다.
상용화를 향한 기대와 남은 과제
이러한 혁신적인 저비용 제조 기술 덕분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분, 산소, 빛, 열 등에 취약해 장기적인 안정성과 내구성을 확보하는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태양전지를 보호하는 봉지 기술(캡슐화)과 소재 자체의 결함을 줄이는 표면 처리(패시베이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원료에 포함된 미량의 납(Pb)에 대한 환경 문제도 제기되면서, 이를 주석(Sn) 등 친환경 물질로 대체하려는 Pb-free 연구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경쟁하거나, 서로의 장점을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 형태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탠덤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가 단파장 빛을, 실리콘이 장파장 빛을 각각 흡수하여 이론 효율 한계인 쇼클리-콰이저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효율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구분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 실리콘 태양전지 |
---|---|---|
주요 원료 | 유기물, 무기물, 할로겐화물 (저가) | 고순도 폴리실리콘 (고가) |
제조 공정 | 용액 공정 기반, 저온 공정 | 고온, 고진공 증착 공정 |
유연성 | 유연하게 제작 가능 | 딱딱하고 깨지기 쉬움 |
장점 | 저렴한 제조 비용, 높은 광흡수율, 유연성 | 높은 안정성 및 내구성, 성숙된 시장 |
단점 | 낮은 안정성 및 수명, 납(Pb) 함유 | 높은 제조 비용, 무겁고 경직됨 |
미래를 이끌 관련 기업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상용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페로브스카이트 기술 강국으로 평가받으며, 다수의 기업과 연구소가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 한화솔루션 (한화큐셀): 기존 실리콘 태양광 강자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유니테스트: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여 대면적 셀 효율 세계 기록을 달성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신성이엔지: 고효율 태양광 모듈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국책과제를 통해 탠덤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필옵틱스: 정밀 레이저 가공 기술을 활용하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생산에 필요한 레이저 패터닝 장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메카로, 솔루엠, 대유플러스 등 여러 기업이 페로브스카이트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하며 미래 에너지 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